밥 챙겨주는건 좋지만 … 아파트 앞 경로당, 만족도 보니
아파트마다 경로당이 있지만,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가 많은 만큼 아파트 내 고령자 시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로당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때 꼭 설치해야 하는 주민공동시설이다. 2006년부터 100가구 이상 규모 공동주택은 경로당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법과 제도 속 경로당 설치 규정은 운영·관리 방식에 대한 지침 없이 시설 설치 면적만 규제하고 있어, 다양해진 고령자 유형과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2004년 1월 기준 서울에는 총 3596개의 경로당이 있다. 이 가운데 65.6%인 2348개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아파트 경로당의 평균 개설 연한은 20.5년, 평균 정원은 32.9명이다. 서울 전체 경로당은 각각 23.1년과 35.5명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서울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6%(448명)는 단지 내 경로당 위치를 알고 있으나 31.2%(156명)만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로당 위치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448명 가운데 남성(151명)은 21.2%만 실제로 경로당을 이용했고, 여성(297명)은 40.6%가 경로당을 다녔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컸다. 만 75세 이상(182명)은 57.1%가 경로당을 이용한다고 답했지만, 만 65~74세(183명)는 28.4%, 만 60~64세(83명)는 0%였다.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경로당 위치를 알지만 이용하지 않는 292명 중 76.7%(복수 응답)는 “필요를 못 느껴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24.7%는 “경로당보다 집에 있는 게 더 좋아서”, 13.0%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해서”라고 했다.

반면 경로당을 이용하는 156명 가운데 78.8%는 “친한 친구나 이웃과 교류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57.5%는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57.1%는 “무료 혹은 저렴한 식사와 간식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서울시 경로당의 85.6%는 주 1회 이상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22.6%는 주 5일 내내 식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만 경로당 이용자의 55.1%만이 식사 외 다른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즉, 현재 아파트 경로당은 쉴 수 있는 공간과 특정 요일 식사 제공 등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외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부족한 상태다. 생활체육, 건강관리, 취미·오락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아파트 거주 고령자는 건강이 양호하고, 경제적 여유가 높은 편이다. 아파트 단지 환경에 만족해 하고,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로당 이용 여부를 설문한 500명에게 노인복지시설 및 공공주택 입주 의향을 물었을 때 27.0%만 “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아파트 거주에 만족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볍고 안전한 산책이 가능한 공간”(88.0%), “거주 단지의 안정성 및 쾌적성”(86.6%) 등을 꼽는 응답이 많았다. 불만족스러운 점으로는 병원 등 의료시설 접근성, 교육 및 문화시설 접근성 등이 꼽혔다.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시, 아파트 거주 고령자 생활 지원 위해 주민공동시설 제도 유연화와 정책대안 다양화 모색’ 서울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단지 내에서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로당을 현대화하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경로당 외 고령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시설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아파트 단지는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과도한 공공 개입은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연구원은 필수 주민공동시설을 경로당에 국한하지 않고 재가 노인복지시설(고령자가 자기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노인주거복지시설 중 하나를 선택해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령 친화 아파트 인증제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고령자 이용 가능 시설 수, 경로당 운영 서비스 및 프로그램 수, 경로당 외 노인복지시설의 다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파트를 등급화하고, 인증 단지에 여러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