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실버주택은 싫다"…어르신 사로잡은 특급 서비스 [집코노미-집100세 시대]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실버주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헬스케어는 기본이고, 자산과 세무 관리 서비스 등을 연계한 시니어 주거 모델이 필요하다."

금융그룹이 시니어 주거·케어 서비스 업계, 스타트업 등과 손잡고 다양한 시니어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전용 상담센터, 노후 자산 솔루션, 건강·문화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금융권, 시니어 자산 연계 서비스 확대

금융감독원,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은 약 4300조원대로 추정된다. 금융권이 전통적 예·적금 서비스를 넘어 노후 자산 관리, 연금·세금 상담 등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넓히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VL르웨스트' 투시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VL르웨스트' 투시도 신한은행은 지난달 시니어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호텔롯데와 협력하기로 했다. 호텔롯데는 고급 시니어 레지던스 'VL' 등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VL 입주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택연금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세무·부동산 세미나를 개최하고, 종합 컨설팅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하이엔드 주거가 결합한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할 것”이라며 “헬스케어, 문화, 여가 등의 분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웰니스 레지던스' 사업 활성화 및 입주자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민간 임대주택 형태의 웰니스 레지던스 사업에 은행이 전략적 금융 파트너로 참여한 국내 첫 사례다.

두 회사는 △자산 관리와 세무·상속 등 맞춤형 금융 서비스 제공 △시니어 특화 공간 내 금융·비금융 프로그램 제공 △입주자를 위한 보증금 관리 신탁 등 주거상품 연계 금융 상품 개발 △하나은행 및 제휴사 혜택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사진=한경DB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사진=한경DB KB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시니어 사업을 가장 먼저 체계화한 곳으로 꼽힌다. 2020년 7월 시니어 전담 상담센터인 ‘KB골든라이프센터’를 은행권 최초로 열었고, 전국 12곳으로 확대했다. 지금까지 누적 은퇴 설계 상담 건수는 3만5000건 이상이다.

KB라이프생명의 요양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전국 각지에서 요양시설도 운영 중이다. 또 KB골든라이프센터에서는 전문 인력이 연금 수령, 노후 현금 흐름 관리, 상속·증여 설계 등을 돕고 있다.

프롭테크, 자산과 세무 등 차별화 서비스 선봬


프롭테크 업계도 관련 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한국프롭테크포럼과 시니어스마트하우징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시니어 스마트 하우징 밋업데이'에서도 단순한 시니어 주거를 넘어 자산과 세무 관리 서비스 등을 연계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행사에는 시니어 주거·케어 서비스 업계 종사자와 관련 스타트업이 참여해 산업 동향과 운영 전략 등을 공유했다.
'홈플릭스 친친디하우스 잠실' 투시도
'홈플릭스 친친디하우스 잠실' 투시도 시니어 주택 사업을 벌이는 부동산 종합기업 홈플릭스는 고액 자산가이면서도 기술에 친화적인 '디지털 시니어'를 겨냥한 도심형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 관리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자산과 세무 서비스 등을 연계해 부유층 시니어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서동원 홈플릭스 의장은 "단순 임대가 아닌 데이터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이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며 "더불어 모듈형 주택, 서비스 생태계 등을 통합해야 수익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케어닥 너싱홈 송추빌리지점 전경. 케어닥 제공
케어닥 너싱홈 송추빌리지점 전경. 케어닥 제공 시니어케어 전문기업 케어닥의 이선열 부대표는 "급격한 고령화와 장기 요양보험 재정 악화로 공공 요양원과 노인주택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시설 중간 단계인 민간 시니어 하우징 도입을 제안했다.

이 부대표는 "시니어 하우징은 단순한 주거 상품이 아니라 케어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어닥은 시니어 사업을 위해 요양병원 120곳, 종합병원 30곳과 제휴를 맺고 있다. 방문요양·시니어 하우징을 포함해 2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