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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자 복지주택, 시니어 레지던스 등 노인 맞춤형 주거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과 까다로운 운영 자격으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노인가구의 60%가량은 지어진 지 20년이 훌쩍 넘은 노후주택에 살고 있어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욕실·보조 설비 등 고령층을 위한 리모델링(집수리)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노인 63% 노후주택 거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고령자 맞춤형 임대주택사업인 ‘어르신 안심주택’이 아직 한 곳도 인허가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작년 1월 발표한 이 사업은 올해까지 3000가구 이상 사업계획 승인, 2027년 첫 입주를 목표로 추진됐다. 시는 공급 물량의 20%(가구 수 기준)를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민간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살던 집에서 노후 보내고 싶은데…” 고령층 리모델링 해법은 [집코노미-집100세 시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고령자 복지주택’도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에 공급된 고령자 복지주택(공사 중 포함)은 총 7853가구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지난 8월 ‘고령자돌봄주택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성을 보장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금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대표적이다.

고령층의 절반 이상은 노후화된 주거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노인가구(가구주의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가구)의 34.7%가 1992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주택에 거주 중이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주택 비율은 63.3%에 달한다. 같은 해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르신의 87.2%는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집 곳곳에 지지대 설치 필수

최근 대전 대덕구청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집수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자료에 따르면 고령자 낙상 사고의 74%(2022년 서울 기준)는 주택에서 발생했다. 또 계단, 화장실·욕실, 문턱, 주방 순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수리에 앞서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가 굽는 등 자세가 변했을 땐 수납공간, 스위치 등의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근육량이 줄고 뼈가 약해지기 때문에 계단 및 단차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각 기관 둔화에 따른 가스·화재 경보기, 안전 손잡이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전 대덕구청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발간한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집수리 안내서’. 외부 인테리어 방법. 출처: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대전 대덕구청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발간한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집수리 안내서’. 외부 인테리어 방법. 출처: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구옥(오래된 집)의 경우 대문 문틀이 노출돼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계단이 있는 경우 많이 닳아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계단의 높이를 줄이거나 경사로를 설치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대문은 문틀을 사용하지 않고 경첩을 활용해 벽 또는 담장에 고정해야 한다. 출입로를 따라 이동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처리가 돼 있는 마감재로 바닥을 깔아야 한다.
대전 대덕구청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발간한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집수리 안내서’. 계단 인테리어 방법. 출처: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대전 대덕구청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발간한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집수리 안내서’. 계단 인테리어 방법. 출처: 대화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실내 계단은 코(모서리) 마감을 통해 부상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계단 바닥 면과 가까운 높이에 센서식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실내가 어두울 때 발을 헛디딜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단 높이와 깊이를 일정하게 조정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미끄럼 사고가 많은 화장실은 특히 공을 들여야 한다. 바닥 미끄럼 방지 처리는 필수다. 샤워 의자, 안전 손잡이를 달아 샤워 중 넘어지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변기 주변에 팔걸이를 설치하면 쉽게 앉고 일어날 수 있으며, 뒤처리 때도 버팀목 역할을 한다.

집수리는 크게 6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신체·건강 기능 사전 진단 후 예산에 맞춰 공사를 계획한다. 이후 구조 변경 등을 고려한 현장 점검 및 안전 검사를 진행한다. 최소 2~3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한 뒤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건축업 관련 자격증, 면허, 사업자 등록증 등을 가지고 있는 업체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공사 중엔 계약된 자재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사가 끝나면 사후 유지보수 계획을 세우고 보증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