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삼상동 코엑스에서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5’ 둘째날 행사에서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가 '정책과 금리는 관망을 말한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1일 서울 삼상동 코엑스에서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5’ 둘째날 행사에서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가 '정책과 금리는 관망을 말한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서울 인기 주거지 집값이 뛰고 있지만 정부에서 언제라도 세금을 건드려 수요 억제책을 낼 수 있어 ‘관망’도 좋은 전략입니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1일 열린 ‘집코노미 박람회 2025’ 부대 행사인 집코노미 콘서트에서 ‘정책과 금리는 관망을 말한다’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서울 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필수재가 아니고 심리적 영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이라며 “집값 급등의 조짐이 나타나도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배 이사는 한국수출입은행 심사역을 거친 자산 및 채권 운용 전문가다. 저서로는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 있다.

그는 올해 2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면서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과 9·7 공급 대책에도 ‘2차 상승기’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강남권과 한강 벨트 등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는 진단이다.

배 이사는 2차 상승기엔 수요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서울 마포·성동·강동구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지역 아파트 매수자의 평균 대출은 9억~13억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을 떠받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던 디딤돌(주택 구입)·버팀목(전세 자금) 등 정책대출도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도시기금이 고갈되고 있어서다.

앞으로 몇 년간 서울 등 수도권 내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배 이사는 “‘공급절벽’은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간기관은 매번 입주 예정 물량을 적게 잡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실제 입주하는 물량은 발표 물량의 2~3배 정도”라고 주장했다. 후분양 물량이 나중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 이사는 단순한 집값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임대수익률’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이 기준금리 대비 0.5~1%가량 높으면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전세가율이 30% 정도까지 하락하면 매매가는 고점이고, 70~80%까지 오르면 매매가가 저점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지역별로 판단하면 좋다고 했다.

배 이사는 “서울 인기 지역의 전세가율은 집값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을 보여준다”며 “2010년대와 같은 초저금리 사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고, 세수가 부족해 증세 카드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세 등 세금 정책과 전세 관련 조치를 발표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 이사는 “서울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리·정책·공급 흐름을 관망한 뒤 투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