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집 100세 시대]
UBRC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UBRC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아직 은퇴하기엔 젊다고 생각하는데 공부도 하면서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 생긴다고 하니 관심이 갑니다."(중소기업 임원 60대 A씨)

국내 최초 시니어 기숙형 대학인 ‘남서울대 UBRC’가 설립될 예정인 가운데 여러 대학이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고령층 복지 시설에 마련에 힘쓰고 있다. UBRC(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는 대학 캠퍼스 안이나 인근 지역에 은퇴자 주거단지를 짓고 학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시니어타운이다. 대학은 거주자에게 교육, 여가, 창업 등을 지원한다. 인근 병원 등과 연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남서울대, 국내 첫 UBRC 추진

충남 천안의 남서울대는 캠퍼스에 시니어 전용 기숙사 1000실을 포함한 UBRC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입주자는 대학 평생교육원에 입학한 학생 신분으로 기숙사에 거주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한국UBRC위원회와 공식 자문 계약을 맺고 학교 시설로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남서울대 UBRC 예상 이미지
남서울대 UBRC 예상 이미지 남서울대 UBRC는 ‘한국형 은퇴자 공동체 마을’을 지향한다. 입주 조건으로 대학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도록 할 계획이다. 남서울대는 수도권과 가깝고, 경기 평택·용인·아산 등까지 확장된 반도체 클러스터 등과도 인접해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캠퍼스 내 호수와 야산 등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UBRC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대학의 다양한 커리큘럼을 시니어들이 정규와 비정규 교육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대학 시설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앞으로 도래할 '120세 시대'를 준비하며 재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교수진의 전문 지식을 시니어의 풍부한 경험과 결합해 시니어 창업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률 한국UBRC위원장(왼쪽부터),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오창환 남서울대 기획조정처 부장이 UBRC 설립 관련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남서울대
김종률 한국UBRC위원장(왼쪽부터),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오창환 남서울대 기획조정처 부장이 UBRC 설립 관련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남서울대 남서울대 UBRC는 내년 3∼6월 착공해 3년 내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한국UBRC위원회 자문 계약을 바탕으로 인허가, 자금 유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설계 착수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UBRC는 고령자 주거 문제를 넘어 지방대 구조조정, 지역사회 활성화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니어타운 조성 관심 두는 대학들

국내 여러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시니어타운 조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경남 거창군의 ‘지식iN 거창 아로리타운 조성 사업’은 경남도립거창대, 한국승강기대 등과 연계해 교육·전문 기술직 대상의 은퇴자 마을을 꾸미는 프로젝트다. 은퇴자가 가진 지식을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대학 등은 은퇴자에게 자아실현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기 위한 사업이다.
거창 아로리타운 조감도
거창 아로리타운 조감도 경남도립거창대는 전문직 은퇴자를 위해 스마트귀농귀촌학과, 스포츠재활운동관리과, 뷰티웰니스학과 등과 연계한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승강기대는 현대엘리베이터, LS산전 엘리베이터 연구원이나 전문기술직 출신 은퇴자를 대상으로 입주를 돕는다.

부산 동명대와 신라대, 광주 조선대 등은 남서울대와 비슷한 UBRC를 추진하고 있다. 동명대는 반려동물대학 특성화로 펫파크, 펫놀이터, 승마장 등이 있는 5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스포츠재활학과, 상담심리학과, 언어치료학과 학생들이 UBRC 입주자에게 봉사하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신라대는 1000가구 규모의 '액티브 시니어' 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주거 공간, 실버케어, 생활체육시설 등을 짓고 시니어에 특화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조선대는 조선대 병원 인근에 700여 가구 규모의 은퇴자 주거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조선간호대 유휴부지를 시니어타운 예정지로 검토 중이다. 동명대와 업무 협약을 맺어 입주자가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한다. 조선대와 동명대에서 설립한 UBRC를 일정 기간 순환하며 거주하는 방식이다.

한국UBRC위원회 관계자는 “UBRC는 단순히 주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리스타트(재시작) 개념”이라며 “은퇴자도 계속 일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