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로봇 '로베아'가 한 여성을 들어올려 침대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돌봄 로봇 '로베아'가 한 여성을 들어올려 침대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아서 혈압을 재주고, 용변 처리도 도와주고, 친구가 돼주기도 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 인구 감소와 요양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로봇’이라는 해법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기술 실증 등을 병행하며 요양산업 전반에 로봇 기술을 도입해 고령층 돌봄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30% 돌봄 수요 폭증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로봇 기술로 고령층 돌봄 업무를 개선하는 일본'이란 보고서를 통해 요양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7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1%에 불과했던 일본은 1995년 14.6%를 기록하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7년에는 21.5%로 초고령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이어 2023년에는 29.6%까지 비중이 늘었고, 올해는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소변까지 처리 …‘돌봄 로봇’으로 요양 혁신한 이 나라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일본은 이른바 ‘후기 고령자(75세 이상)’ 인구가 ‘전기 고령자(65~74세)’를 앞지르면서 장기 요양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일종의 장기 요양보험인 '개호(介護)보험' 수급자 수가 2000년 149만 명에서 2022년 593만 명으로 4배 규모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호보험 급여액도 3.6조엔(약 34조원)에서 11.9조엔(약 11조원)으로 늘었다.

고령화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총인구는 2015년 1억2700만 명 수준이다. 40년 뒤에는 약 9000만 명으로, 100년 뒤에는 약 5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인구 구조 변화는 고령층 돌봄 산업에도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40년까지 약 280만 명의 요양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2019년 대비 69만 명 이상의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반면 요양산업의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처우 문제 등으로 이직률은 14.4%에 이르고, 67% 이상의 요양기관이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로봇 기술로 일손 부족, 감정 노동 줄여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로봇 개발 및 보급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요양 현장 수요에 기반한 로봇 기술을 도입해 실증하고, 실효성 있는 기술은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소변까지 처리 …‘돌봄 로봇’으로 요양 혁신한 이 나라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도입된 기술은 크게 △이동 보조 및 지원 △용변 지원 △목욕 지원 △모니터링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 지원 등으로 나뉜다. 장착형 및 미장착형 근력 보조 기기, 보행 보조 로봇, 용변 예측 센서, 목욕용 리프트, 대화형 로봇 등까지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이러한 기술은 요양산업 종사자의 신체적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고령층인 이용자 입장에서도 정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용변 관련 지원은 이용자 입장에서 미안함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로봇을 통해 심리적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와세다대가 개발한 아이렉. 유튜브 캡처
일본 와세다대가 개발한 아이렉. 유튜브 캡처 대학 연구도 활발하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진은 요양 로봇 ‘아이렉(AIREC)’을 지난 2월 선보였다. 앉거나 일어서는 동작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장시간 누워 있는 환자의 몸을 옆으로 천천히 돌려 침대에서 등을 떼게 하거나, 부드럽게 일으켜 세워 욕창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환자의 기저귀도 갈아줄 수 있다.

한국도 돌봄 로봇 개발 속속 나서


한국 역시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요양 인력 확보 문제는 일본 못지않다. 2023년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보유자는 252만여 명이지만 실제 종사자는 약 61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6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젊은 세대 유입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부스 관계자가 AI 돌봄 로봇 효돌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부스 관계자가 AI 돌봄 로봇 효돌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훈요양원, 시립요양원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돌봄 로봇 및 자율주행 휠체어 등의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민간에도 점차 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비용 문제와 기존 인력의 기술 수용력 문제를 고려해 체계적인 교육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민간 기업들은 돌봄 로봇 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효돌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효돌'은 7살 손주를 콘셉트로 한 인형형 로봇으로, 어르신들의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효돌은 160개 지역에서 약 1만 명의 어르신이 사용하고 있다.

효돌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 관계’ 구현이다. 효돌은 어르신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이면 반응하고, 정해진 시간에 약 복용이나 산책을 안내한다. 또 트로트 노래나 종교 말씀, 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지 기능과 정서 건강을 동시에 돌본다. 터치와 음성 센서를 통한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AI와 챗GPT 기반의 쌍방향 연속 대화 기능을 통해 사투리와 다국어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